#희희 #주니화니 #준희환희
한준희(31) 대리 1 년차. / 178cm
고X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/ 응원단장
공군 709기, 제 10 전투 비행단생존형 인싸인 건지, 조용한 것 같다가도 그 차분한 얼굴과 기다란 덩치로 회사를 휘젓고 다닌다. 사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분기별 행사에는 모조리 끌려 다니면서 싫은 소리 하나 없고(겉만 보고 짐작한 거지만.), 매일 노는 것 같은데 일은 또 야무지게 잘 한다. 응원단 시절에는 단상에 올랐다 하면 팔로워 수가 우수수 늘어 잘 나가던 때도 있었다. 라이벌 대학의 응원단이었던 환희와는 면식만 있었는데, 환희 입사 초기 때부터 두 사람을 제외한 입에서 끊임없이 고X전, 연X전이 오르내리는 회식 자리 덕분에 이제는 장난도 툭툭 던지는 사이가 됐다. 요즘 관심사는 조환희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의 취향, 이상형, 주말 일정, 나이키 조던 등. 목표는 조환희 주임과 지금보다 조금 더 친해지는 것.
그 때문에 매주 금요일마다 있는 캐주얼 데이엔 환희가 좋아한다는 조던을 신고 나가는 날이 많아졌다. 운동화 색이 겹치기라도 하는 날엔 괜히 기분 좋아서. 언제부터 환희가 시야에 없으면 어디서 뭘 하고 있나 궁금하고, 생각 나게 됐는지는 모른다. 옥상 정원에서 햇살 맞으며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본 이후일 수도, 잠깐 겹치는 퇴근길에서 인사와 함께 웃음 짓던 얼굴 때문일 수도. 아직 주말에 영화 보자는 말은 꺼내 보지도 못 했다. 친한 사람한테 한껏 치대는 능력은 어째서 환희에겐 발휘하지 못하는 건지.
조환희(28) 주임 2 년차. / 161cm
연X대학교 경영학과 / 응원부단장전체적으로 준희와 결이 비슷한 것 같은데 아주 조금, 더 차분하다. 그렇다고 조용한 건 절대 아니고. 종종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과 발언들을 해 한준희가 괜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. 고등학생 때 친구들이랑 오락실을 자주 간 덕분인지, 입사 극초반에 있었던 체육대회 내 추억의 게임(e-스포츠) 종목에 참가해 2 위를 한 이후 매년 체육대회마다 조이스틱을 돌린 전적이 있다. 물론 운영팀이랍시고 한준희 대리도 같이 끌려와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처럼 주변을 맴돌던데... 요즘은 운동화에 관심이라도 생겼나? 금요일마다 신고 오는 것들이 발이 작은 저는 못 신는 것들이라 종종 시기하고 질투하는 시선을 보낸다. 그럴 때마다 운동화 색이 겹친 날처럼 좋아하던데, 사실은 운동화가 아니라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걸 수도 있다. 남자가 어떤 스타일로 입는 게 좋은지 물어 보질 않나, 같이 카페 가자며 파티션 너머로 빼꼼거리질 않나, 주말엔 뭘 했는지 월요일마다 꼬박꼬박 숙제처럼 묻는 것 때문에. 사람들 다루는 게 익숙해 보이는 다정한 사람이 내 앞에서는 유독 관심받고 싶어 하는 강아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게, 싫지 않다.